나는 정말 지각을 안한다.
약속시간 같은거도 잘 지키고, 회사에 나오는데 막 5분씩 지각하는 사람들 정말로 이해 못하겠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여의치 않게 지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2020년 여름이었다.
'L' 회사에 다니며 알게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살짝 불면증이 있었고 거의 매일같이 야근을 했기때문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불면증까지 있으니까 나는 해결방법으로 술을 찾았다.
보통은 맥주를 마셨지만 가끔 소주를 마셨고.
그날은 퇴근할때는 막상 술생각이 안들어서 안사왔는데 또 잠이 안오다보니 있는거나 먹자 싶어서
마침 있었던 담금주용 소주를 마셨다.
담금주를 마셨다는것이 아니다
이걸 먹었다.
왜 저게 집에있었냐? 그거부터 말해보자면 마침 담금주용 키트를 선물로 받았고 담금주키트를 쓰기위해 담금주를 1통 구매했고 담금주키트에는 저 담금주용소주가 반도 안들어갔기때문에 남은 담금주용 소주를 가지고있었을뿐이다.
아무튼 이때 안주가 뭐였냐면 남은 방울토마토와 소금(ㅎㅎ)이었다.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어렸던 나의 객기라고 볼 수 있다.)
소금에 소주먹는 내자신이 멋졋기때문에 사진도 찍어뒀다
아무튼 우선 소주를 머그잔에 가득(ㅎㅎ)따라서 한잔 마셨는데
1. 우선 도수가 높은거 치고는 막 역한맛이 안났고
2. 취한 기분이 잘 안들었으며
3. 토마토가 약간 남아있었으며
4. 딱 한잔만 더 마시면 병을 비울수있었다.
그래서 딱 한잔만 더 마셧을뿐인데
다음날 아침 10시였다.
부재중전화는 2통이었나? 아무튼 생각보다는 얼마 오지않았고
나는 진짜 지각이라는걸 처음해봣기때문에 깜짝놀라서 허겁지겁 회사로 갔다.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왜 아무도 나를 찾지않았는가에대해 알게되었는데
그날 팀장님이 연차셨고 그래서 내가 안오길래 나도 연차인가보다 해서 전화하다가 끊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독한 숙취가 시작되었다.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잠들었다 = 술을 ㅈㄴ 마셧다 = 근데 처먹은건 없다 = 엄청난 숙취
나는 화장실에서 떠나질못했다. 진짜 토가 미친듯이 밀려나왔고 반쯤미쳐있음 + 반쯤취해있음 상태여서
자리에 겨우 앉아있을때는 직원들한테 메신저로
- 토맛토마토 vs 토마토맛토
- 후자는 제가 방금해봤는데 끔찍함
- 토하는데 토마토담금주나옴 ㄷㄷ
따위의 말을 하면서 애써 아무렇지않은척 하려고했지만
- 저 잠시만 토마토담금주 좀 만들고옴
이 말과 함께 화장실로 뛰쳐나가곤 했다. x n
저때만해도 좀 젊고 만취한 경험이 많지않아서 점심만 먹으면 해결되는 문제인줄 알고
또 열심히 점심을 먹으러 갓다.
근데 막상 음식을 보니 아무것도 먹고싶지않아졌는데. 그때 아무것도 먹지 말았어야한다고 본다
그날은 마침 수박이 나왔고..ㅎ
나는 밥대신 수박을 여러개 집어들고 와 먹으면서 이게 바로 해장템이라고 지껄였었다.
그리고 나는 수박담금주를 만들줄 알게 되었다.
진짜 나는 사람이 숙취로 그렇게까지 토할수있는지 처음알게되었다.
그니까 그날은 나름 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이후로 만취하는 날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ㅎㅎ